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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나그네 길

승명 2016. 4. 26. 13:39

 

인생은 나그네 길

"해어름 저물녘에 허름한 걸망하나 짊어지고
어디론가 부지런히 걸어가고 있는
당신은 누구신게요?"
"내가 나를 모르는데
그대가 날 알아서 뭣에 쓰려우?"

"그 냥반 까칠하시기는..
근데 어딜 그렇게 바삐 가슈?"

"나도 잘 모르겠수
남들이 걸어가니 나도 안걸을 수 없어
뚫린 길로 무작정 걸어갈 밖에는.."

"어처구니 없구려..
목적지가 분명치 않다면
그렇게 바삐가야 할 까닭 또한 없지 않소"

"거 모르는 소리 작작허슈
요즘 세상엔 바쁜 척하지 않으면
바보로 알고 등쳐먹기 십상인 세상이라우"

"거 뭐 등쳐먹을 것도 없어 보이누만..
짊어진 걸망에는 뭐가 들었수?"

"옛날엔 다리가 휘청거릴 정도로 가득 들어있었는데
정신없이 걷는 동안 슬금슬금 빠져나가
지금은 바람만 가득한 빈 걸망이라우"

"빠져나간게 뭐시당가요?"

"궁금한거 많아서 배부르시것수다..
뭐긴 뭐겠수?
최고가 되고야 말리라는 가열찬 젊은날의 꿈!
별빛같은 사랑을 염원하던 빛바랜 추억..
뭐 그딴거지.."

"다 빠져나간 빈 걸망을

그럼 뭣허러 짊어지고 계슈?"
"거 바보같은 질문만 골라서 하시는구랴
빈 걸망이니마 짊어지고 있지 않으면
인생 나그네가 길을 걸어가는 맛이 나나 맛이.."
"그렇구려!
바보같아서 미안허우"

"알믄 됐수."

"그럼 살펴가슈~~"

"그 냥반 참 실없기는..
그나저나 댁도 참 안됐수.
나 처럼 바빠도 먹고살기 힘든 세상에
글케 할 일이 없어서야.."

"거듭 미안허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