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면 양식/가물치

가물치

승명 2016. 5. 18. 20:04

 


사진 : 이학영

가 물 치

이 글은 시사 주간지인 "뉴스메이커" 299호(1998. 11. 26., 경향신문사)에 실린 글입니다.

용맹스런 외모,
강인한 생명력

민물의 '대장군'

물 밖에서도 일주일간 생존 ... 보혈.보신 효과 뛰어나

 

이학영 (한국자생어종연구협회 회장)


옷을 입고 용맹을 떨치는 대장군 의 위용을 한껏 갖춘 물고기라면 단연 가물치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씩씩하다 못해 무섭고 징그럽기까지 한 가물치는 농어목 가물치과에 속하는 토종 민물고기이다. 민물고기 중에서는 흔치 않은 대형종으로 큰 개체는 1m가 넘는 것도 있다.

몸은 옆으로 납작하면서 길쭉하나 눈 앞의 주둥이 부분은 위 아래로 납작하게 생겼다. 매우 큰 입 아래 위로 날카로운 이빨이 안쪽으로 치우쳐 나있다. 등지느러미와 뒷지느러미가 유난히 길며 꼬리지느러미는 가장자리가 둥근 부채모양이어서 이채롭다. 암갈색 바탕의 몸에 흑갈색의 모자이크 무늬가 골고루 분포되어 있다.

가물치는 주로 저수지, 늪 등 탁한 물이 고여 있고 수심이 얕으며 물풀이 무성한 곳에 서식한다. 상세기관이라는 보조호흡기관이 있어 오염되거나 산소가 부족한 물에서도 잘 적응한다. 기온 70℃에서 몸에 수분이 마르지 않게 하여 물 밖에 내버려두어도 일주일 동안을 공기 호흡으로 생존할 정도로 강인한 생명력을 지녔다.

물 온도가 높을 때는 물 속의 산소량이 적어 아가미 대신 주로 공기 호흡을 하며 겨울에는 깊은 진흙 바닥에 묻혀 동면상태로 월동을 한다. 물론 봄이 되어 수온이 올라가면서 다시 활동을 시작한다. 주로 작은 물고기, 개구리, 수서곤충 등을 먹고 살며 먹이가 부족할 때는 큰 가물치가 작은 가물치를 잡아 먹기도 한다.

산란기는 5 ~ 7월이다. 이때 수컷과 암컷이 함께 물 위에 떠서 지름 80cm ~ 1m 정도의 물풀 둥지를 만들고 암컷이 배를 뒤집어 알을 낳는다. 금슬이 좋은 가물치 부부는 둥지 주위에서 알을 같이 지킨다. 주위에 위험이 닥쳤다고 판단되면 둥지를 밀어서 다른 곳으로 옮겨 놓기도 한다.

올챙이처럼 생긴 어린 가물치는 그 모습이 앙증맞고 귀여워 관상어로도 손색이 없다. 그러나 성장 속도가 무척 빨라 1년에 25cm, 2년이면 40cm 정도까지 자라 어항에서 키울 수 없을 정도가 된다. 하지만 양식 어종으로는 각광을 받고 있다. 실제 가물치는 단백질, 칼슘, 철분, 비타민 등 각종 영양소가 풍부해 옛부터 우수한 보양식품으로 널리 이용되어 왔다. 이름도 가모치(加母致)에서 유래하였다고 할 정도로 특히 임산부와 발육기의 청소년에게는 보혈, 보신 효과가 탁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의보감>에는 가물치를 불에 구워 가루를 만들어 먹으면 여성의 '기'와 '혈'을 보충한다고 했으며 배에 물이 차는 복수 증상에는 가물치의 내장을 빼고 마늘을 채운 다음 진흙으로 감싸서 불에 구워 먹으면 효과가 있다고 소개돼 있다. 지금도 가물치가 시장에서 비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는 것은 보신제로 그 효능을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가물치는 일본에는 없던 어종으로 1923년, 일본 나라현이 처음 도입했다. 이름도 우리말을 옮긴 기무루치를 표준어로 사용하고 있다. 가물치가 일본 담수 수계의 물고기를 무차별 포식하자 고유종 감소를 우려하여 이를 퇴치하고자 노력하였으나 실패하여 현재는 일본 거의 전 지역에 분포되어 있다. 국내 토종 어류를 닥치는 대로 포식하는 외래종인 배스블루길과 달리 우리 토종 물고기가 일본의 토종 어류를 무차별 포식해 퇴치의 대상이 되었다니 참으로 아이러니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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