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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초에 넣은 베이킹 소다의 위험성

승명 2017. 8. 30. 09:50
가정에서 베이킹 파우더에 식초를 가하여 천연세제를 만들고, 이 용액으로 구석구석의 때나 곰팡이를 제거하면 매우 효과적이란 내용을 주장하는 주부가 KBS 1TV에 소개된 적이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방법은 문제가 심각하므로 일반인들은 절대로 따라 하지 말아야 한다. 곰팡이 제거가 필요하면 식초만을 쓰든가, 묽은 락스용액을 뿌려두었다가 물로 잘 헹구면 된다.
베이킹 파우더의 주성분은 중탄산나트륨(NaHCO3)인데, 빵 구울 때 주로 쓰여 베이킹 소다란 이름으로 더 많이 알려졌다. 베이킹 파우더는 베이킹 소다에 전분, 건조제, 주석산 등을 배합한 분말이다. 물이 있으면 주석산에 의해 NaHCO3가 분해하므로 건조제를 가한 것이다. 주석산은 약한 유기산인데다가 고체이므로 실온에서는 베이킹 파우더와는 전혀 반응하지 못한다.
베이킹 파우더에 함유된 NaHCO3와 식초산(CH3COOH)의 몰비를 1 : 1로 정확히 맞추어 실온에서 혼합하면, 그림에 표시한 바와 같이, 매우 빠른 속도로 탄산가스(CO2)를 발생시키면서 초산나트륨으로 변한다. 초산나트륨은 원래 강염기인 양잿물(NaOH)과 약산인 식초산(CH3COOH)의 중화에 의해 생성된 염이므로, 가수분해해서 NaOH가 생기므로 염기성을 띠게 된다.
 

 
 
그럼 문제점은 무엇일까? 첫째, 혼합을 위해서는 액체인 식초 수용액에 중탄산나트륨 분말을 넣거나 또는 그 반대로 중탄산나트륨에 식초 수용액을 넣어야 된다. 그런데 이 두 화합물 사이의 반응은 매우 빠르고 격렬해서 상당히 많은 열이 발생하고, 그 열은 휘발성이 높은 식초를 휘발시켜 눈이나 피부로 튈 위험이 높다. 더구나 부생하는 탄산가스는 식초의 휘발을 돕는다. 대기로 날라간 식초는 탄산가스보다 더 나쁜 공해물질이 된다.
둘째, 가정에서 둘을 혼합할 때 몰비를 1 : 1로 정확하게 맞출 수는 없으므로, 주부의 느낌에 따라 적당한 비율로 섞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어쩌면 몰비는 생각지도 못하고 무게에 따라 1 : 1의 비율로 섞을 것이다. 몰비는 질량비와는 엄연히 다름을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식초산이 과량이었을 경우에는 가해진 중탄산나트륨이 모두 분해되어 겉보기로는 식초산과 다를 바 없는 용액이 생겼을 것이다. 이 경우는 당초 식초산을 그대로 쓰는 것과 다를 바 없어서 중탄산나트륨을 넣은 의미가 하나도 없다.
식초산에 중탄산나트륨이 과량으로 투입된 경우에는 분해되지 못하고, 남은 중탄산나트륨 고체가 용기 바닥에 가라앉고 식초냄새는 더 이상 맡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이 경우에는 아예 중탄산나트륨 자체를 쓰는 것과 동일하므로 중탄산나트륨을 식초에 투입하는 의미가 하나도 없게 된다.
셋째, 몰비가 잘 조정되었다고 가정하면, 이런 위험한 과정을 통해서 최종적으로 얻는 것은 양잿물인데, "양잿물의 세척력"에서 설명한 것처럼, 양잿물은 온도가 낮으면 세척능력이 없어서 세제가 될 수 없다. 양잿물이 필요하다면 사다 쓰면 될 것을 굳이 귀중한 식재료인 식초산과 중탄산나트륨을 섞어서 만들 필요는 없다.
이런 연유에서 식초에 베이킹 파우더를 혼합하여 세제를 만들려는 시도는 아예 하지 말아야 한다. 두 물질이 낭비될 뿐만 아니라 위험하고 또 방안을 식초냄새로 가득 채우기만 할 것이다. 대안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보통의 주방용 세제나 비누를 쓰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마찰력이 필요하면 치약을 쓰던가 까칠까칠한 용수철 행주를 쓰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