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유가공/양계

자연양계의 원리

승명 2016. 5. 19. 22:44

 

자연양계의 원리   (자연농업연구소 고문 조한규 선생님의 저서에서 발췌 된 자료입니다)

(1)닭과 더불어 생활한다.   

  

닭은 새벽을 여는 동물이다. 만물이 잠에 빠진 새벽에 적막을 깨며 새로운 날이 밝았음을 소리로 알린다. 들일과 가사에 지쳐 단잠에 빠져있는 농촌 아낙네에게 아침밥 짓는 시간을 알려주고, 쇠죽을 쑤라고 재촉하기도 한다. 옛날 조상들은 닭의 첫 번째 홰치는 소리, 두 번째 홰치는 소리, 세 번째 홰치는 소리로 이를 가늠했다. 이처럼 아침 일찍 일어나 홰를 치고, 앞마당을 돌아다니며 농민들의 힘을 북돋아 그 날 하루의 일과를 이끄는 동물이 바로 닭이다.

흐트러진 낟알을 하나하나 알뜰히 주워먹고 영양가 높은 계란을 낳아 주인의 밥상을 즐겁게 해주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닭똥은 농작물에 더할 나위없이 좋은 거름으로 쓰여 인간의 생활을 풍요럽게 해준다. 또 닭은 조류에 속하기 때문에 위액이 아닌 모래집의 수축운동으로 영양을 섭취하는 동물이다. 따라서 돌도 소화시키는 강한 소화력을 갖고 있으며 스스로 먹이를 찾는 능력까지 있다. 자립정신이 강해 누구의 도움도 없이 자신의 영역을 지킬 수 있지만, 성질이 온순해서 사람을 잘 따르기도 한다. 또한 닭은 스스로 병아리를 까서 길러내며, 수탉과 암탉이 각각 자기의 위치를 지키면서 무리를 지어 한 집안을 이룬다. 닭의 이런 생활습성은 합리성과 편리성만을 숭상하는 현대인에게 일깨워주는 바가 많다.

 

●변질된 오늘날의 양계

 

그러나 오늘날에는 닭을 좁아 터진 우리 속에 가두어 놓고 기른다. 마음대로 움직일 수도 없을뿐더러, 먹이를 골라 먹는다는 이유로 부리까지 뭉툭하게 잘라 버린다. 심지어 모든 영양의 근원인 햇빛, 공기, 깨끗한 물, 흙으로부터 단절시킨채, 인공적인 빛으로 밤을 밝혀 잠을 설치게 만든다. 또 산란율을 높이기 위해 고열양의 미세한 분말사료를 먹이로 주어 장을 약화시킨다. 따라서 외화를 주고 수입한 사료는 그 50%이상이 공해물질로 이루어진 닭똥으로 버려진다. 소화가 안된 닭똥은 심한 냄새가 나기 때문에 천장에는 공기 청정기까지 달아야 한다.

케이지 사육 탓에 종합미량요소의 보고인 흙은 일생동안 맛조차 보지 못하며, 자연 비타민과 미네랄의 공급원인 청초는 물리 ·화학적 상술에 의해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 능률지상주의의 양계로 닭의 능력은 무시되고, 억압적인 시설과 그로 인한 스트레스로 소화율이 떨어지고 산란기간도 짧아진다. 잠재 능력마저 박탈당한 애처로운 닭은 폭군인 주인이 주는대로 먹고, 알이나 낳는 도구로 전락하고 말았다.

 

나쁜 환경은 질병을 불러들일 수밖에 없다. 빈발하는 질병을 막기 위해 무분별한 투약이 남발되고 사료는 각종 첨가물로 오염된다. 사람이 먹는 식품인 닭고기는 이렇게 약물에 찌들어 있다. 예전의 계란은 미생물이 침투할 수 있어 백신을 만들 때 사용되었다. 또 시간이 지나면 부패했다. 한여름 더위에 그대로 좋아두면 껍질 안에서 생명이 자라나 이를 혈란이라 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썩지 않는 계란이 양산되고, 이를 신선란으로 믿는 주부고 늘고 있다. 썩지 않는 계란은 소화가 안 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이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현상이다.

 

●닭똥은 귀중한 자원

 

닭을 기르면 냄새가 난다는 선입관 때문에 양계장은 인근 주민들의 기피대상이다. 양계장과 파리는 뗄레야 뗄 수 없는 사이라고 단정짓기도 한다. 그러나 본래의 닭똥은 결코 그렇지 않다. 분뇨를 폐기물로 취급하는 행위는 양계가 아니라 이미 농업의 테두리를 벗어난 공업적 발상에서 비롯된다. 그런 발상 때문에 정화시설에 막대한 비용이 쓰이고 있다. 정화시설을 의무화한 행정당국도 본래의 양계가 지닌 참모습을 파악하기 보다는, 양계장에는 분뇨처리시설을 해야 한다고 일방적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분뇨를 폐기물로 취급하려는 생각에서 그만 벗어나야 한다. 양계농민들도 이제는 스스로 자기 지역과 닭의 습성에 맞는 양계방법을 연구해 우리 현실에 맞는 한국적 양계법의 기틀을 쌓아가야 한다.

 

 

(2) 자연양계의 목적과 사육의 기본원칙

 

●양계의 세가지 참된 목적

자연양계의 참된 목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세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양계는 농업과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닭은 식량과 거름을 제공해 주고, 농업부산물은 닭의 사료로 쓰여지기 때문이다. 한국자연농업중앙회는 회원에게 경지면적 10a당 15∼20마리 규모의 "농가양계"를 권장하고 있다. 이는 10a에서 생산되는 농업부산물로 사료의 자급률을 85%로 끌어올리고, 생산된 닭똥은 완전자급 비료로 사용하자는 데 그 뜻이 있다.


즉, 식량위기가 닥쳐도 계속할 수 있는 양계법을 찾는 한편, 닭똥으로는 땅심을 높여 적은 면적에 많은 작물을 재배함으로써 식량자급도를 85∼90%로 끌어올리고 농자재도 많은 비용으로 자급토록 하려는 것이다. 생산비가 계속 늘어가는 현재의 물리화학적 농법은 생산비가 필요치 않은 생명력 존중의 농업으로 바뀌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대량생산을 위해 질을 경시하는 농법도 양과 질이 모두 풍부하면서 연작장애가 없는 재배체계로 바뀌어야 한다.

 

둘째, 가족간의 화목을 도모하자는 것이다. 할아버지부터 초등학교 어린이까지 가족 구성원 모두가 자신의 의견을 충분히 발표해, 그 총의에 따라 온 가족이 함께 시작할 수 있는 노동이 양계이다.  양계는 노인의 건강을 지켜줄 정도, 어린이의 창의력을 길러줄 정도의 가벼운 노동만으로도 쉽게 생산까지 이어진다. 따라서 양계는 가족이 서로를 이해하고 즐겁게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가정을 윤택하게 하는 길이 될 수 있다. 오늘날의 양계는 일상생활로부터 벗어나 기업형 양계로 변질되어 있다. 그 결과 어린이나 노인이 양계에 참여할 수 없게 되어 후계자가 끊어지고, 역사의 맥까지 끊어져 가고 있다.

 

셋째, 땅심을 높여 식탁을 풍성히 하고 지역의 발전도 꾀하자는 것이다. 지역에서 소규모로 이뤄지는 자연양계는 공동구입과 공동판매를 통해 이웃사랑의 공동의식을 뿌리 내리게 한다. "나"의 사육방법은 "우리"의 양계 기술로 발전된다. 품앗이가 살아나고, 사람을 맺어주는 공동의식은 자연을 풍요롭게 함으로써 이기적인 생활방식에서 벗어나도록 해준다.  자연양계는 곧 "마음으로 짓는 농사"를 풍요롭게 하고, 땅심을 풍부하게 하며, 몸의 건강을 지켜줌으로써 그 지역을 진정한 삶의 터전으로 가꾸는 일인 것이다.

 

●자연양계의 세가지 원칙

 

30년전 양계를 하기 위해 처음 공부를 할 당시에도 세가지 원칙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배웠고, 지금도 여전히 그것은 올바른 방법이다.

첫째, 계사의 바닥은 직접 흙과 닿아 있어야 한다. 일반 계사는 이를 어기고 닭똥제거 등 합리성과 편리성을 이유로 콘크리트로 바꾸고 있다. 흙에서 닭을 떼어놓는 일은 각종 약물을 닭에 주입해야 하는 결과를 낳는다.

 

둘째, 인위적으로 온도를 조절하지 말고 자연환경에 맡긴다. 병아리를 키울 때도 퇴비열을 이용하면 온도와 습도를 충분히 조절할 수 있고, 또 병아리의 생장발육에 따라 자연스럽게 온도가 내려가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현재는 히터를 이용한 기계적인 온도조절로 생장점(병아리)의 창조력과 환경적응력을 둔화시켜 생명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셋째, 첫 먹이로 현미를 자유급이 시키고 대나무잎을 많이 줌으로써 장의 기능을 강화시킨다.

 

이 세가지 원칙에서 벗어나 합리성과 편리성만 강조하는 최근의 양계는 순간적으로는 좋지만, 긴 안목에서 보면 자연인으로서의 농민이 취할 자세가 아니다.

 

 

2)사육의 실제

 

(1) 햇빛과 바람과 흙이 있는 평계사(平鷄舍)

 

자연양계의 계사는 자연을 최대한 활용하는 동시에 그 안에서 살아갈 닭의 생리생태에 적합하게 구성된다. 시설이나 기구도 어미닭의 행태와 습성, 감각을 충분히 감안한 뒤 설계되므로 닭의 생존기본권이 존중되고 있다. 또 닭이 돌아다니고 싶은 대로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완전자유평등한 구조를 갖고 있다. 이런 계사에서 닭은 인공적인 간섭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타고난 특성을 충분히 발휘하며 자랄 수 있다.

 

●계사의구조

 

계사의 전후면에 벽이 없고 지붕에는 창이 달려 있다. 공간이 넓고 천장의 창에서 들어오는 햇빛이 계사의 3분의 1을 항상 비추도록 되어 있는, 자외선에 의해 계사 구석구석까지 소독이 된다. 또 그늘 3분의 2에 햇빛 3분의 1의 비율을 갖고 있는 계사 내부는 미생물의 적당한 서식처 역할을 한다. 지붕은 열전도가 빠른 골함석으로 씌우기 때문에 활발한 자연대류가 발생해, 계사 안으로 항상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도록 배려되어 있다. 상쾌한 바람은 닭에게 신선한 공기를 만끽토록 하고, 수분을 적당히 증발시켜 바닥을 푸슬푸슬한 상태로 유지시켜준다. 바닥은 직접 흙과 닿아 있으므로 종합미네랄을 충분히 공급할 수 있다.

 

●바닥은 흙에 닿아야 한다.

 

바닥은 흙과 직접 닿아 있다. 바닥에는 볏짚을 3cm 정도의 길이로 잘라 7cm(육계는 3cm)두께로 깐다. 볏짚이 깔린 바닥은 볏짚의 효소와 닭똥의 잔류영양분, 토착미생물 따위가 어우러져 사료공장과 비료공장의 역할을 하게 된다. 공기의 대류를 활용하므로 바닥에는 미생물이 번식하기에 아주 좋은 정도로 수분이 유지된다.

 

토착미생물과 천혜녹즙, 자가 채취해 배양한 유산균 등을 활용해 다양한 미생물이 번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미생물이 풍부해지면, 바닥은 자연상태의 부엽토와 흡사한 상태로 바뀌어 냄새가 없어지는 등 닭에게 쾌적한 환경이 갖추어진다.

 

 

4월부터 11월 사이에는 바닥이 쉽게 마르므로 1주일에 1∼2회 물을 뿌려 준다.

 

닭똥도 닭의 일생(산란계는 3년)동안 한 번만 치워준다. 그것도 비료가 필요할 때에 한해서이다. 비료로 쓸 필요가 없으면 10년이건 20년이건 그대로 사육할 수 있다. 닭똥은 오래 묵히면 묵힐수록 사료나 비료로서 질이 좋아지므로 닭도 튼튼해지고 산란기간까지 길어져 경제성이 높아진다. 숲이 해를 거듭할수록 흙이 비옥해져 나무가 한층 푸르름을 더해가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이다.

 

일반 계사는 보온에만 중점을 둔 구조를 갖고 있어, 내부 공기가 매우 혼탁하고 바닥은 습하기 때문에 콕시디움이 쉽게 발생한다. 이를 막기 위해 닭을 게이지에 올려 바닥과 격리시키고, 결국 닭은 좋은 육추기나 꼭끼는 게이지 안에서 인공조명을 받으며 운동부족 상태로 살게 된다. 이와 같이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을 만큼 혼탁하고 악취가 심한 환경에서 항생물질을 사용해 닭을 키우면서 100% 사육을 자랑하는 사람도 있다.

 

●물통은 구멍 뚫린 파이프

 

파이프에 둥근 구멍을 뚫어 놓아 닭이 한 마리씩 물을 마실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이런 물통을 사용하면 병아리가 경쟁을 하지 않고 물을 마실 수 있어 안정을 찾는다. 구멍을 뚫을 때는 파이프 맨 위보다 병아리가 설 위치에서 조금 뒤쪽에 뚫는 것이 요령이다.

 

닭은 물을 마실 때 일단 부리를 물 속에 집어 넣었다가 반드시 위로 들어올린다. 이 때 부리에 묻은 물이 닭의 가슴이나 모래집이 있는 부위로 흘러내리는데, 이는 소화불량의 원인이 된다. 따라서 구멍의 위치를 맨 위에서 조금 벗어난 측면에 뚫어놓으면, 부리를 뺄 때 물이 자연히 닦여지게 된다. 파이프 안에는 물이 흐르도록 해, 항상 신선한 물을 마실 수 있도록 한다. 닭의 생장에 따라 급수파이프의 크기를 바꿔, 성계가 되면 직경 100mm짜리 파이프를 물통으로 사용한다.

 

 

 

●횃대는 중앙을 조금 높게

 

횃대는 중앙이 조금 높은 아치형이면서, 앞쪽으로 뒤로 갈수록 높아지는 구조로 만든다. 횃대를 이렇게 만들면 닭이 부딪치지 않고 쉴 수 있어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사료통은 직선으로 배치

 

사료통은 그림처럼 정반대의 위치에 있는 횃대와 물통 사이에 직선으로 배치한다. 직선으로 배치하는 이유는 닭이 물통이 있는 곳까지 쉽게 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사료통을 이동할 때도 반드시 열을 맞춰 평행으로 이동한다. 사료통을 이렇게 배치하면 닭의 잦은 왕복으로 바닥의 상태가 균일하게 유지된다.

 

●산란 상자

 

그림과 같은 구조로 만든다. 미리 만들어 육추시기부터 계사에 매달아 둔다. 산란상자는 닭이 알을 낳기 시작하는 입추 140일 무렵에 계사 밑으로 내려놓고 산란상자에 익숙해지도록 한다. 처음에는 산란상자 내부를 밝게 해 닭의 공포감을 없애주고 서서히 내부를 어둡게 한다.

 

 

(2) 자연보온을 이용한 육추관리

 

병아리를 키울 때는 성계사 안에 육추상자를 설치해, 생장상태에 따라 서서히 풀어놓으면서 계사에 적응시키는 방법을 취한다. 병아리 사육의 문제점은 온도이다. 자연양계에서는 영하 15∼20℃에서도 인공적으로 가온을 해주지 않고, 자연보온만으로 견딘다. 또 같은 계사에서 육추, 중추, 성계, 산란, 폐계에 이르는 일생을 보낸다.

 

연탄이나 히터 등으로 가온을 해 준 병아리는 털이 길어져 생장한 뒤 조금만 기온이 떨어져도 이를 견디지 못하고 계사 한곳에 몰려 압사를 일으킨다. 이에 비해 자연보온으로 자란 병아리는 털이 짧고 촘촘해 영하의 추위에도 활발히 활동한다. 입추 3일째면 이미 피하지방이 생기는 등 자생조절능력이 발달하기 때문에 추위에 잘 견디는 것이다. 자연의 생명력은 그렇게 위대하다. 북부지방의 추위가 심한 곳만은 퇴비열을 활용해 보온을 한다. 퇴비열 육추상자는 병아리가 커감에 따라 서서히 온도가 내려가는 구조를 갖고 있어, 마지막에는 스스로 자립할 수 있게 된다.

 

닭은 자연의 온도와 습도로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각각의 개체가 요구하는 적정 온도도 다르다. 근대 양계는 데이터만을 주장하며 닭이 필요로 하는 적정 온도를 획일화했다. 무엇이 더 중요한 데이터인지 한 번쯤 되돌아 보아야 한다.

 

●육추상자의 설계

 

육추상자는 A실(열대), B(온대), C실(한대)로 구분된다. 병아리는 따뜻한 A실에서 휴식을 취하고 B실에게 사료를 섭취하며, C실에서 물을 마시도록 꾸며져 있다.

 

A실에서 C실까지의 거리는 710cm(중병아리의 5경우)로 경아리는 이 거리를 하루에 50∼60회 정도 왕복하는 단거리 경주를 계속하게 된다.

 

C실과 B실의 경계에는 어미닭의 품을 느낄 수 있도록 면으로 만든 커튼을 친다. 병아리는 이곳을 지난 때마다 어미닭의 보살핌을 받는 듯한 느낌을 받아 안정을 찾는다. 이러한 운동을 통해 병아리는 장방형의 잘생기고 건강한 닭으로 커간다.

 

 

 

 

●사료는 현미와 대나무잎

 

자연양계에서는 병아리에게 처음부터 딱딱한 현미를 무제한으로 급여(산란계는 3일, 육계는 1일)하고 다른 분말사료는 주지 않는다. 3일 후엔 마른 분말사료와 함께 대나무잎을 주기 시작해, 소처럼 풀을 잘 먹는 닭으로 키운다. 50일째부터는 왕겨를 주기 시작해 서서히 그 양을 늘려가거나, 입추 후 약 6개월이 지나 60%의 산란율을 보일 때는 20∼25%까지 늘린다. 이런 사료를 먹고 자란 닭은 장기에 일대 혁명이 일어나, 위장이 튼튼하고 소화흡수력이 왕성해진다. 따라서 지금까지 조사료로 주어온 청초나 당류를 농후사료로 활용할 수 있으므로 사료비가 절감된다.

 

일반 양계장에서는 어린 병아리는 위장이 약할 것이라는 고정관념때문에 처음부터 부드럽고 영양이 풍부한 분말사료와 영양제를 준다. 생장점의 강력한 개척력을 파악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잘못이다. 이 시기는 세포의 분열이 왕성하고 신진대사가 활발해 환경적응력이 가장 강할 때이다. 병아리 시기 역시 닭의 일생 중 가장 개척력이 뛰어날 때이다. 똑같은 병아리지만 연약한 사료로 일생을 시작한 닭은 모래집이 작고 장의 길이도 130∼140cm에 불과한데 비해, 현미와 대나무잎으로 시작한 병아리는 260∼300cm까지 자라난다. 맹장의 길이는 무려 7배나 더 길어 소화기관과 장은 무엇을 먹어도 소화시킬 수 있다. 이런 장을 가진 닭은 평생 병에 걸리지 않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

 

병아리는 약할 것이라는 선입관을 갖고 키운 병아리는 자립성이 약해진다. 먹이는 소화가 안된 채 배설되기 때문에 악취가 심하고, 닭은 연약해져 손실이 많은 양계가 될 수밖에 없다. 또 자가배합해 발효시킨 사료도 자주 볼 수 있는데, 자연양계에서는 사료를 발효시키지 않는다. 이 또한 위장을 약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토착미생물이나 유산균은 바닥의 볏짚이나 흙에서 발효되어, 닭이 이를 먹을 때 함께 섭취하도록 하는 방법이 좋다.

 

 

(3) 자가사료를 활용한 성계관리

 

일반 양계에서는 칼로리만 높을 뿐 섬유질은 부족한 사료를 3∼4회씩 주거나 하루종일 주기도 한다. 더욱이 털갈이를 조절하기 위해 결식까지 하기 때문에 닭의 위장은 점차 혹사당하고 균형을 잃어간다. 이렇게 과보호된 닭은 연약체질을 갖게 되므로 약물로 생명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

 

자연양계에서는 위장이 자율신경이라는 점과 닭의 모래집은 돌도 소화시킬 수 있는 강력한 분쇄력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 바탕을 두고, 그 능력이 최대한 발휘되도록 사료를 공급한다. 즉 "1회 공복, 1회 만복"의 급이 방식으로 위장에 휴식을 줌으로써 소화능력을 강화시킨다. 이와 같은 방식의 급이는 닭에게 탄력성을 주고 내장을 단련시켜, 경제 수명을 2배(초산후 25∼30개월)로 늘려줌으로써 경제적인 양계가 가능해진다.

 

●청초 ·계사바닥 ·왕겨를 사료로 이용한다.

 

광물질을 제외하고 닭의 체내에서 흡수될 수 있는 물질은 모두 계란이나 닭고기로 전환될 수 있다. 우선 청초를 꼽을 수 있다. 자연양계에서는 성계에서 주는 사료의 3분의 1을 청초로 대신하며, 섬유질이 많은 대나무잎과 흙도 상당량 급여한다. 광물질을 제외하고 체내에서 흡수되는 모든 물질은 먹이로 할 수 있는 강인한 내장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이런 먹이는 소화흡수 과정이 길기 때문에 닭똥에서 냄새가 안 나며, 닭도 조용하고 차분해진다. 청초만 있으면 얼마든지 닭을 기를 수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먹이는 볏짚이 깔린 바닥에서도 구할 수 있다. 닭이 배설한 분뇨를 먹이로 재활용 하는 것이다. 바닥에는 닭똥 외에 볏짚, 흙, 토착미생물 등이 깔려 있다. 여기에 천해 녹즙과 유산균 혈청(사람에게도 아주 좋은 음료가 된다)을 뿌려주면 이들이 발효되어 양질의 먹이가 된다. 자연농업에서는 현재, 먹이의 7∼10% 정도를 여기서 얻은 물질로 대신함으로써 사료비를 절약하고 있다. 앞으로 영원히 수입사료에만 의존할 수 없는 현실을 고려하면, 흙을 활용해 자연의 미생물을 사료화하는 문제도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한다. 흙은 관대한 포용력으로 아무런 대가도 없이 베풀고, 모든 것을 정화하는 어머니와 같은 존재이다.

 

그밖에 왕겨도 먹이로 쓰여진다. 2월 하순부터 5월 중순까지는 산란율이 너무 높아지지 않도록 전체 사료의 15∼20%를 왕겨로 급이한다. 많을 때는 사료량의 25%까지 배합해 먹임으로써 연중 균형잡힌 산란율(65∼70%로 3년간)을 유지하는 한편, 닭이 털갈이에 따른 스트레스가 없이 일생을 마치도록 유도한다.

 

자연양계에서 얻을 수 있는 깊은 맛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무엇을 먹이느냐 하는 인위적 사료설계는 위장을 점점 약하게 만든다. 자연농업식 양계는 있는 것을 어떻게 하면 즐겁게 먹도록 할 것인가를 연구해 닭이 강인한 소화력을 발휘하도록 한다. 뿌리에 비료를 주는 것이 아니라, 비료가 있는 곳으로 뿌리가 뻗도록 만드는 방식과 똑같은 원리에 기반을 두고 있다.

 

●사료는 하루에 한 번만 준다.

 

소화흡수력을 높이고 장류신경인 위장에 휴식을 주기 위해 사료는 매일 해지기 2시간 전에 한 번만 준다. "1회공복, 2회만복"의 이 원칙은 산란을 안정적으로 유지시킨다. 아울러 청초와 황토를 충분히 공급하기 때문에 장의 기능은 더욱 좋아져, 닭은 화학적 약물에 의존하지 않고 자랄 수 있게 된다.

 

●건강하면 질병은 문제가 안된다.

 

병은 걸리는 것이 아니라 불러들이는 것이다. 건강하면 병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병에 걸렸을 때의 치료법도 근대 양약과는 다른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약은 병의 악화를 막아주는 데 불과할 뿐이며, 치료는 자기 자신이 하는 것이다. 이런 원리에 따라 자연양계에서는 질병의 원인을 없애고 활력을 회복시켜 주기 위해 자연의 정기를 최대한 활용한 천혜녹즙, 한방영양제, 현미식초 등을 응용해 닭의 건강을 지킨다.

 

인공적, 화학적인 소독도 전혀 필요하지 않다. 양계의 중점은 닭이 병에 걸리지 않도록 건강을 지켜주는 데 두어지며, 예방주사도 닭콜레라일 경우에만 권장한다. 일반양계의 골칫거리인 콕시디움은 거의 나타나지 않으며, 혹시 걸렸다 해도 강인한 장과 계사바닥의 관리를 통해 자연히 치료된다.

 

다양한 미생물이 번식할 수 있도록, 바닥은 늘 수분 65∼70%의 푸슬푸슬한 상태로 유지되기 때문에 콕시디움의 전염원이 발생하지 못한다. 기생충 또한 거의 없으며, 관리부실에 의한 전염원이 발생하지 못한다. 기생충 또한 거의 없으며, 관리부실에 의한 타박상 등 작은 상처를 제외하면 닭의 상태는 건강 그 자체이다. 쾌적한 환경에서 자라는 닭은 위생비를 거의 필요로 하지 않는다. 자연손실률도 입추부터 폐계까지(3년) 많아야 5%정도에 불과하다.

 

●닭똥을 치울 필요가 없다.

 

닭똥치우기는 닭의 일생(3년) 동안 한 번이면 충분하다. 닭똥은 오래되면 될 수록 그 효과가 좋아진다. 닭똥은 닭의 일생동안 한 번만 치울 것을 권장하지만, 닭똥을 농작물의 비료로 써야 할 경우는 2년 된 것부터 절반씩만 치우도록 한다. 닭똥을 모두 치워버리면 산란성적이 떨어지고 닭의 건강에도 나쁜 영향을 끼치므로 주의해야 한다. 자연양계에서는 닭똥이 비료로만 쓰이는 것이 아니라, 사료로도 쓸 수 있는 중요한 자원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자연양계에서는 일반양계에서 큰 골칫거리로 여기는 파리를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가장 더운 한여름에도 구더기가 생기지 않을 만큼 청결하기 때문에, 주택가 한가운데에 양계장이 있어도 인근 주민이 눈치를 보아야 할 이유가 없다. 분뇨처리시설도 필요가 없으며 전기기구를 설치하거나 송풍환기장치를 달아야 할 필요도 전혀 없다. 일반양계에서는 고민거리에 불과한 닭똥을 양질의 먹이로 재활용해 고품질의 계란을 생산한다는 점에서도 자연양계의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다.

 

 

3) 노인이나 여성도 쉽게 할 수 있는 자연양계

 

●애정이 성공적인 양계의 지름길이다.

 

일반적으로 닭과 닭똥을 분리하면 일손이 절감될 것으로 생각하고 게이지나 육추기를 이용하기 때문에 분뇨제거비까지 필요해진다. 또 기계급이처럼 통에 사료만 부으면 끝나는 인정미 없는 관리로 사육주와 닭사이에 오가야 할 애정이 사라지고 있다. 심지어 암탉에게는 본능적인 모성애까지 막아버리고, 오로지 계란의 생산만을 강요한다. 또한 위생적이어야 한다는 이유로 계사를 외부와 차단시키는 탓에 공기는 눈도 못뜰 정도로 혼탁하다. 자연히 위장장애를 예방하기 위해 다량으로 약물을 투여해야 하고, 독약으로 계사를 소독하거나 공기청정기를 설치해 "위생"을 확보할 수밖에 없다. 자연의 위대한 자정력을 보지 못하는 학자나 기술자도 이런 식의 해결을 부추긴다. 빈발하는 호흡기 질환, 눈병, 소화장애 등을 막아내려면 매일 항생제를 투여해야 한다고 지도하는 것이다. 무엇이 정말 위생적인 환경인지를 모르고 있다. 이런 형태가 하루 빨리 고쳐지지 않는 한, 병균의 내성은 점점 강해지고 닭은 약해져 손해만 입게 된다.

 

자연양계는 특별한 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자본이나 기술이 아니라 자연 속에서 애정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한번 체험하기만 하면 이런 저런 강습을 받거나, 책을 읽어 잡다한 기술을 익히지 않아도 누구든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좁은 지름길을 가려다 후회하기 보다는 대도를 활보하며 미래로 나가는 양계가 되어야 한다.

 

●양계를 하면서 가족 동반여행까지 할 수 있다.

 

자연양계에서는 사료를 해가 저물기 2시간 전에 한 번만 주기 때문에 가정 주부가 가사를 돌보면서 닭을 관리할 수도 있다.  양계장을 청소할 필요도 없고, 병아리가 걱정스러워 밤잠을 설치는 일도 없다. 인위적인 온도조절을 하지 않기 때문에 연탄을 갈아주는 번거로움도 없고, 화재가 날 염려도 없다.

 

나이 많은 노인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가족끼리 2박3일의 여행을 다녀와도 괜찮을 정도이다. 3000마리 규모일 경우 하루 3∼4시간이면 충분히 관리할 수 있다. 사육마리수는 경지면적에 따라 다르지만,  한 농가당 3000마리를 상한선으로 해 가족노동력만으로 사육해야 경제적이다.

 

흙과 풀, 닭똥까지 사료로 쓸 수 있기 때문에 사료비도 절약할 수 있다. 아울러 자연양계를 경종농업과 합리적으로 결합해 경영하면, 토양은 더욱 비옥해지고 닭은 건강해져 가계의 안정을 꾀할 수 있다.

 

●자연양계에 미래를 건다.

 

자연양계는 소자본과 가족노동만으로 할 수 있는, 농업부산물을 활용한 농업양계이다. 물통 하나와 약간의 노동력만 있으면 노후생계까지 보장받을 수 있다. 이제 사이비 공업양계부터 참된 농업양계로 돌아와야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현재와 같은 학문을 위한 양계의 지속은 고통만 가중시킬지도 모른다. 화학물질에 오염된 가공식품이나 다름없는 계란은 머지 않은 장래에 활용자로부터 외면당할 것이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