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타니파타 - I. 사품(蛇品) 4. 밭을 가는 파라두파차경

	4. 밭을 가는 파라두파차경(婆羅豆婆遮經)
76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한 번은 세존께서 마게타국의 남산(南山)에 있는 애가나륵이라고 하는 바라문 마을에 계셨다. 그 때 씨 뿌리는 철을 맞아, 밭을 가는 파라두파차 바라문은 500개의 쟁기를 소에 메우고 멍에도 씌웠다. 그 날 아침에 세존께서 의복을 입으시고, 발우와 가사를 가지시고, 밭을 가는 파라두파차 바라문이 일을 하는 곳에 왔다. 그 때에 밭을 가는 파라두파차 바라문은 마침 음식을 나누어 주고 있었다. 세존께서 음식을 나누어 주는 곳으로 걸어가서, 한 쪽 곁에 섰다. 밭을 가는 파라두파차 바라문이 걸식하러 서 있는 세존을 보고, 곧 바로 말했다. "아, 사문이여! 나는 밭을 갈고, 씨를 뿌리고, 밭을 갈고, 씨를 뿌리고, 그런 다음 나는 먹소. 사문이여! 그대도 마땅히 밭을 갈고, 씨를 뿌리고, 밭을 갈고, 씨를 뿌리고, 그런 다음 먹어야 하오." "바라문이여, 나도 밭을 갈고, 씨를 뿌리고, 밭을 갈고, 씨를 뿌리고, 그런 다음 먹소." "우리들은 세존 고오타마의 멍에, 쟁기, 보습, 소 모는 막대기, 밭가는 소를 보지 못하겠습니다." 세존 고오타마께서 반복하여 말씀하셨다. "바라문이여, 나도 밭을 갈고, 씨를 뿌리고, 밭을 갈고, 씨를 뿌리고, 그런 다음 먹소." 그러자 밭을 가는 파라두파차 바라문이 게송으로 세존께 말했다. "당신은 밭을 가는 자라고 말씀하시지만, 우리들은 당신이 밭을 갈고, 씨를 뿌리는 것을 보지 못 하였으니, 청컨데 당신의 밭을 갈고, 씨를 뿌리는 일을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우리들에게 당신은 어떠한 밭을 갈고, 어떠한 씨를 뿌리는지 알게 해 주십시요." * 바라문: 카스트의 가장 상위 계급으로, 성직자, 학자 계급 * 사문(沙門): 바라문 계급 이외의 출가수행자, 또는 불문(佛門)에 들어가서 도를 닦는 사람
77	세존께서 대답하셨다. "신앙은 씨앗이요, 고행은 비, 지혜는 나의 멍에와 쟁기, 겸손은 쟁기 자루, 숙고는 멍에 끌채, 견해는 나의 보습과 회초리라오."
78	"신체를 제어하고, 말을 조심하며, 음식에 절도가 있고, 참된 말을 자르는 칼로 사용하며, 유순함은 나의 해탈이라오."
79	"근면은 나의 수레를 끄는 소인데, 해탈까지 나를 싣고, 일직선으로 앞으로 가며, 영원히 되돌아오지 않고, 비애(悲哀) 없는 저 곳에 도달하오."
80	"이렇게 경작은 진행되고, 그것은 영원한 열매를 거두오. 이렇게 경작하는 사람은 누구나 모든 괴로움에서 벗어나게 되오." 그러자 밭을 가는 파라두파차 바라문은 큰 금 사발에 우유죽을 가득 부운 후에, 세존에게 건네주고 말했다. "세존 고오타마여, 우유죽을 드십시요. 세존께서는 진정한 농부이십니다. 왜냐하면 세존 고오타마의 경작은 영원한 열매를 산출하기 때문입니다."
81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게송을 읊어 얻은 음식이므로, 나는 이것을 먹을 수가 없소. 바라문이여, 지혜로운 사람이 그렇게 하는 것은 바른 법에 맞지 않소. 부처님들은 음송(吟誦)으로 얻은 음식은 받기를 거절하오. 바라문이여, 바른 법이 존재하는 한, 이것이 첫 번째 법도이오."
82	"번뇌를[괴로움을] 소멸(消滅)시키고, 악습을 제거하여, 원만한 성인을 이룬 사람에 대하여, 그대는 마땅히 다른 종류의 먹을 것과 마실 것을 드려야 하오, 왜냐하면 그 분은 공덕을 갈망하는 자의 복 밭이기 때문이오." "그러면, 고오타마여! 저는 이 우유죽을 누구에게 주어야 합니까?" "바라문이여! 이 인간 세상, 신계(神界), 마계(魔界), 범계(梵界) 중에 있는 이 사문, 바라문, 신과 사람들 중에서, 나는 여래와 여래의 제자를 제외하고, 이 우유죽을 먹고 소화시킬 수 있는 어느 누구도 볼 수가 없소. 그러므로 바라문이여! 그대는 혹시 우유죽을 풀이 없는 곳에 쏟아 버리든가, 또는 생명체가 없는 물속에 버리든가 하시오." 그래서 밭을 가는 파라두파차 바라문은 우유죽을 생명체가 없는 물속에 쏟아 버렸다. 물속에 들어 간 우유죽은 쉬쉬 소리를 내며, 짙은 수증기를 내뿜었다. 마치 하루 종일 햇볕을 쬔 보습을 물속에 넣으면, 쉬쉬 소리를 내며, 짙은 수증기를 내듯이, 물속에 버려진 우유죽도 이와 같이, 쉬쉬 소리를 내며, 짙은 수증기를 내뿜었다. 밭을 가는 파라두파차 바라문은 대단히 두렵고 불안하였으며, 솜털이 곤두섰다. 그는 세존께서 계신 곳에 와서, 세존을 향하여 촉족례(觸足禮)를 행하고, 세존께 말했다. "정말 훌륭하십니다. 고오타마여! 정말 훌륭하십니다. 고오타마여! 마치 넘어진 것을 바로 세우듯이, 감추어져 있던 것을 드러내듯이, 길을 잃은 자에게 길을 가리켜주듯이, 눈이 있는 자들이 물건들을 볼 수 있도록, 어둠 속에서 기름 등불을 들고 나타나듯이, 세존 고오타마께서 각종 방식으로 설법해 주셨습니다. 저는 세존 고오타마께 귀의합니다. 법에 귀의하고, 비구 승단에 귀의합니다. 저는 세존 고오타마의 면전에서 출가하겠습니다. 저는 구족계(具足戒)를 받고 싶습니다." 그리하여 밭을 가는 파라두파차 바라문은 진실로 세존 면전에서 출가하였고, 구족계를 받았다. 구족계를 받은 후 머지않아, 존경스러운 밭을 가는 파라두파차는 혼자 은거(隱居)생활을 하였고, 마음을 집중하고 고요히 생각하며, 정진 노력하여, 머지않아 곧 바로 자기의 지혜를 통하여, 이 세상에서 범행(梵行)적 최고 이상을 본인이 스스로 증명하고 도달하였다. 바로 이 목적을 위하여, 선남자(善男子)들이 정확히 집을 떠나 출가하는 것이다. 그는 해야 할 일은 모두 했고, 이 세상에서 해야 할 다른 일은 또 없었다. 그는 자기가 이미 생존을 멸적(滅寂)시켰음과 범행(梵行)을 완수하였음을 감지하였다. 이렇게 해서 존경스러운 밭을 가는 파라두파차는 또 하나의 아라한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