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수타니파타

수타니파타 - I. 사품(蛇品) 7. 천한 사람의 경

승명 2018. 9. 13. 09:08

 

7. 천한 사람의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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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렇게 들었다. 한 번은 세존께서 사위성 급고독원의 서다 숲 속에 계셨다. 아침에 세존께서 의복을 입으시고, 발우와 가사를 가지시고, 사위성에 탁발하러 들어 가셨다. 그 때에 불을 섬기는 파라두파차 바라문이 집에서 불을 지피고, 마침 제사를 지내고 있었다. 세존께서 가가호호 탁발을 하며, 불을 섬기는 파라두파차 바라문의 집이 있는 쪽으로 가고 있었다. 불을 섬기는 파라두파차 바라문은 세존께서 멀리서 오는 것을 보고, 그는 세존을 바라보며 말했다. "거기 섯거라, 빡빡머리야! 거기 섯거라, 사문아! 거기 섯거라, 이 카스트에도 들지 못하는 천한 놈아!" 이 말을 듣고, 세존께서 불을 섬기는 파라두파차 바라문에게 말씀하셨다. "바라문이여! 그대는 카스트에도 들지 못하는 천한 사람을 아시는 거요, 아니면 카스트에도 들지 못하는 천한 사람의 행위를 아시는 거요?" "고오타마여! 나는 카스트에도 들지 못하는 천한 사람 또는 카스트에도 들지 못하는 천한 사람의 행위를 확실히 알지 못합니다. 청컨데 세존 고오타마께서 저를 위하여 설법을 해 주십시요, 저에게 카스트에도 들지 못하는 천한 사람과 카스트에도 들지 못하는 천한 사람의 행위를 알게 해 주십시요." "그러면 바라문이여! 주의를 기울여 들어 보시오! 내가 그대에게 말해 주리다." 불을 섬기는 파라두파차 바라문이 세존께 말했다. "좋습니다." 그래서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노기(怒氣)를 품고, 적의(敵意)를 품으며, 사악하고 교활하며, 견해에 착오가 있고, 그럴듯하게 꾸미는 사람, 마땅히 이런 종류의 사람이 카스트에도 들지 못하는, 천한 사람이라고 알아야 하오." * 카스트에도 들지 못하는 천한 사람: 4계급인 카스트에도 들지 못하는 천민, 즉 접촉할 수 없는 천민[不可觸賤民]으로 카스트에 속한 사람과 접촉하면 죽임을 당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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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있는 각종 생물 - 이것이 한번 태어났던, 다시 또 태어났던 - 을 상해하고, 중생을 연민하는 마음이 조금도 없는 사람, 마땅히 이런 종류의 사람이 카스트에도 들지 못하는, 천한 사람이라고 알아야 하오."

118

"촌락과 도시와 읍을 포위 공격하고 침해하여, 박해자로 소문난 사람, 마땅히 이런 종류의 사람이 카스트에도 들지 못하는, 천한 사람이라고 알아야 하오."

119

"마을 혹은 삼림에 있으면서, 다른 사람의 재물을 훔쳐 자기 소유로 삼는 사람, 마땅히 이런 종류의 사람이 카스트에도 들지 못하는, 천한 사람이라고 알아야 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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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채무를 지고도, 갚으라는 요청을 받으면, 도망치며 말하기를 '나는 당신에게 채무가 없소.'라고 하는 사람, 마땅히 이런 종류의 사람이 카스트에도 들지 못하는, 천한 사람이라고 알아야 하오."

121

"하나의 작은 재물이 탐이 나서, 길가는 행인을 살해하고, 그 작은 재물을 취득하는 사람, 마땅히 이런 종류의 사람이 카스트에도 들지 못하는, 천한 사람이라고 알아야 하오."

122

"자기를 위하여, 또는 다른 사람을 위하여, 또는 돈과 재물을 위하여, 출두(出頭) 증언 시에 위증(僞證)을 하는 사람, 마땅히 이런 종류의 사람이 카스트에도 들지 못하는, 천한 사람이라고 알아야 하오."

123

"강박(强迫)을 사용하거나 유인하여, 친척 또는 친구의 아내와 어울리는 사람, 마땅히 이런 종류의 사람이 카스트에도 들지 못하는, 천한 사람이라고 알아야 하오."

124

"부유하게 살면서, 청춘이 이미 지나간, 연로한 부모를 부양하지 않는 사람, 마땅히 이런 종류의 사람이 카스트에도 들지 못하는, 천한 사람이라고 알아야 하오."

125

"부모, 형제, 자매, 장인, 장모를 말로써 상해(傷害)하거나 격노하게 하는 사람, 마땅히 이런 종류의 사람이 카스트에도 들지 못하는, 천한 사람이라고 알아야 하오."

126

"다른 사람에게서 유익한 일을 가르쳐 달라는 부탁을 받고서, 무익한 것을 가르치는 사람, 꼭꼭 숨기는 것을 발설하는 사람, 마땅히 이런 종류의 사람이 카스트에도 들지 못하는, 천한 사람이라고 알아야 하오."

127

"나쁜 일을 저지르고, 다른 사람들에게 발각되지 않기를 일심으로 바라는 사람, 남 몰래 숨어서 못된 짓을 꾸미는 사람, 마땅히 이런 종류의 사람이 카스트에도 들지 못하는, 천한 사람이라고 알아야 하오."

128

"다른 사람 집에 가서, 각종 맛있는 음식을 대접받았으면서도, 다른 사람이 그 사람 집에 왔을 때, 도무지 환대하려고 하지 않는 사람, 마땅히 이런 종류의 사람이 카스트에도 들지 못하는, 천한 사람이라고 알아야 하오."

129

"바라문, 사문, 기타 행걸자(行乞者)를 거짓말로 속이는 사람, 마땅히 이런 종류의 사람이 카스트에도 들지 못하는, 천한 사람이라고 알아야 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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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 때가 되어 온 바라문 또는 사문에게 말로 모욕하고, 베풀지 않는 사람, 마땅히 이런 종류의 사람이 카스트에도 들지 못하는, 천한 사람이라고 알아야 하오."

131

"하는 말이 모두 다 실없는 말이고, 미혹에 집착하여 깨닫지 못하며, 적은 이익을 탐내는 사람, 마땅히 이런 종류의 사람이 카스트에도 들지 못하는, 천한 사람이라고 알아야 하오."

132

"자기는 과장하고, 다른 사람은 멸시하며, 우쭐함 때문에 오히려 보잘것없게 된 사람, 마땅히 이런 종류의 사람이 카스트에도 들지 못하는, 천한 사람이라고 알아야 하오."

133

"성미가 거칠고 급하며, 매우 탐욕스럽고, 심술궂으며, 시기하고, 교활하며, 염치가 조금도 없고, 겁 없이 함부로 날뛰는 사람, 마땅히 이런 종류의 사람이 카스트에도 들지 못하는, 천한 사람이라고 알아야 하오."

134

"부처님 또는 부처님의 제자를 욕하며 꾸짖거나, 행걸자(行乞者) 또는 재가인(在家人)을 욕하며 꾸짖는 사람, 마땅히 이런 종류의 사람이 카스트에도 들지 못하는, 천한 사람이라고 알아야 하오."

135

"아라한이 되지 못하였으면서, 오히려 자칭 아라한이라고 하는 사람은, 이 범계(梵界) 중의 도적이며, 가장 비열한 카스트에도 들지 못하는 천한 사람이오."

136

"내가 그대에게 이야기한 이러한 사람들이 모두 이른 바 카스트에도 들지 못하는 천한 자들이오. 출신 때문에 카스트에도 들지 못하는 천한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고, 출신 때문에 바라문이 되는 것이 아니오. 행위 때문에 카스트에도 들지 못하는 천한 사람이 되는 것이고, 행위 때문에 바라문이 되는 것이오."

137

"내가 예를 들어 볼 터이니, 그대는 이해하기 바라오. 세간의 이름은 마등격인데 전타라의 아들, 즉 불가촉천민(不可觸賤民)이오." * 전타라: 접촉할 수 없는 천민[不可觸賤民], 카스트에도 들지 못하는 천한 사람으로, 카스트의 네 계급에 속한 사람과 접촉하면 죽임을 당함

138

"마등격이 획득하기 어려운 가장 높은 영예(榮譽)를 획득하였소, 많은 찰제리와 바라문들이 그를 섬기러 갔소." * 찰제리: 카스트의 제2 계급으로, 왕족과 무사 계급

139

"그는 신들이 타는 수레를 타고, 성스럽고 깨끗한 큰 길에 들어섰소. 감각적 즐거움에 대한 탐구(貪求)를 버리고, 범계(梵界)를 향해 갔소. 그가 다시 범계(梵界)에 태어나는 것에 출신은 결코 장애가 아니었소."

140

"반면에 일부 바라문들은 명문 가문에서 출생하고, 경전을 숙지하고 있으나, 그들이 항상 악을 짓는 것이 사람들에게 발각되었소."

141

이 세상에서 그들은 사람들의 경멸을 받고, 다음 세상에서는 그들은 지옥에 떨어질 것이오. 그들이 지옥에 떨어지거나 또는 사람들의 경멸을 받는 것에 출신은 결코 장애가 아니오."

142

"출신 때문에, 카스트에도 들지도 못하는 천한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고, 출신 때문에 바라문이 되는 것이 아니오. 행위 때문에, 카스트에도 들지 못하는 천한 사람이 되는 것이고, 행위 때문에 바라문이 되는 것이오." 이러한 말을 들은 불을 숭배하는 파라두파차 바라문이 세존께 말했다. "정말 훌륭하십니다. 고오타마여! 정말 훌륭하십니다. 고오타마여! 마치 넘어진 것을 바로 세우듯이, 감추어져 있던 것을 드러내듯이, 길을 잃은 자에게 길을 가리켜주듯이, 눈이 있는 자들이 물건들을 볼 수 있도록, 어둠 속에서 기름 등불을 들고 나타나듯이, 세존 고오타마께서 각종 방식으로 설법해 주셨습니다. 저는 세존 고오타마께 귀의합니다. 법에 귀의하고, 비구 승단에 귀의합니다. 청컨데 세존 고오타마께서는 저를 우바새[재가 불제자]로 받아 주시기 바랍니다. 지금부터 이후, 제가 생을 마칠 때까지 비호하여 주시기 바랍니다.”